명진 스님의 자서전 "스님은 사춘기"에서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사춘기때는 누구나 자기자신을 부정하고 이타적이고 순수한 마음으로 살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모를 뿐.
도대체 삶이 무언지, 죽음이 무언지 간절히 물을 뿐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스승은 누구인가?
부처님도 아니요, 예수님도 아니요, 그 어떤 성인도 아니다.
바로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죽음만큼 큰 가르침을 주는 스승은 없다.

죽음은 그 누구보다 그 어떤 가르침보다 더 삶의 무상함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권력이 아무리 높아도,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생로병사의 운행을 면할 수 없다.
모든 게 무상한 것이다.
인생을 生卽必滅이요 會者定離라고 한다.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고,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는 것이 인생이다.

죽음을 스승삼아 삶의 문제를 물어야 한다.
삶은 무상하다.
이 무상한 삶에 집착하면서 왜 사람들은 괴롭게 사는가?
나는 누구인가 ?
왜 사는가 ?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 ?
이러한 진실한 물음이 바로 삶과 죽음의 수수께기를 푸는 열쇠이다.
우리는 쓸데없이 온갖 것에 마음을 빼았기면서 정말 중요한 문제는 외면하고 살고 있다.

좋아한다고 죽자사자 따라다니는 친구 여동생에게 명진스님이 말했다.
나는 일찍 어머님을 여위고, 젊은 남동생을 땅에 묻었다.
그래서 도대체 사는 게 무엇이고, 죽는 게 무엇인지 알려고 중이 되었어.
네가 나에게 그걸 알게 해준다면, 결혼하자면 결혼하고 원하는 무엇이든지 다 해주겠다.

정진하던 도반이 간염에 걸려 영양실조로 고생하고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간염에는 소머리 하나 삶아 먹으면 다 낫는다고 한다.
서슴없이 시장에서 소머리를 사다가 곰고 있는데 , 주지 스님이 따지는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절에서 어떻게 소머리를 삶는단 말이요?
그럼 스님 머리를 삶을까요 ?
그 말에 주지스님이나 신도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민주화 운동을 하고 있는 명진 스님에게 해인사 성철 스님이 물었다.
니 대중이 패가, 영삼이 패가 ?
전 스님 패입니다.
저놈, 저놈 입은 살아가지고.

명진 스님에게 불경 강의를 한 시간 반이나 하고 있는 DJ에게
중보다 불경을 더 많이 아시는 것 같은데,
다음부터는 좀 듣는 연습을 하셔야겠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만약 사흘 후에 죽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생각한다.
죽음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다 포기하고 내려놓게 한다.
잔뜩 끌어안고 지키기 위해 욕심부리지 않고 다 비울 때 비로소 올바른 판단력이 나온다.

나만 생각하면 지옥이고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하면 천국이다.
지옥과 천국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이웃을 생각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에는 지옥이 끼어들 틈이 없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결국 자신을 돕는 것이다.
그게 절에 첫번째 있는 문인 不二門이다.

중국 단하선사가 겨울에 혜림사라는 절에 이르렀다.
그런데 객승 방이 냉골이어서 도저히 잠잘 수가 없었다.
마땅한 땔감을 찾지 못한 선사가 법당 불상을 쪼개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그 모습을 본 주지스님이 소리쳤다.
아니, 부처를 땔감으로 쓰는 중놈이 이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
땔감으로 쓴 게 아니고 사리를 찾으려고 그런 겁니다.
나무에서 어떻게 사리가 나온단 말이냐 ?
사리도 나오지 않는데 그게 무슨 부처인가 ?

내가 붙잡고 있는 신앙이나 고정관념이 나무 불상이 아닌지 돌아볼 일입니다.